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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소개된장수마을

[한겨레] 주민세상 꿈꾸는 '대안개발' 온다

2009년 1월 11일 한겨레 기사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332666.html

주민세상 꿈꾸는 ‘대안 개발’ 온다
투기꾼 배불리는 재개발은 가라
한겨레 김기태 기자 송인걸 기자 신동명 기자
» 지난해 11월 서울 성북구 한성경로당에 모인 주민들이 삼선4구역의 대안 개발을 위한 주민 워크샵에서 추억지도(아래 그래픽)를 만들고 있다.(왼쪽 사진) 주민들이 주도하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부산 물만공동체 주민들이 2004년 마을회관 앞에 모여 찍은 사진. 성북주거복지센터 제공, 부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원주민은 쫓겨나고, 소형 주택은 사라지고 있다. 주택 형태도 아파트로 획일화하고 있다. 투기 세력과 건설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현재의 재개발에 대한 반성으로, 서울과 대전·부산에서 대안적인 재개발 실험이 힘을 얻고 있다.

‘지역 특색 살리기’ 성북 삼선동

■ 주민과 손 잡은 단체들 지난해 6월 성북주거복지센터, 녹색사회연구소 등 5개 단체들은 대안개발 연구모임을 결성했다. 서울시 성북구 삼선4구역의 개발 모델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역은 서울 성곽 등 문화재를 끼고 있고, 급경사 구릉지여서 사업성이 적은 곳이었다.

이 모임은 “인간·문화·역사·환경이 있는 마을의 재구성을 위한 대안적 재개발 계획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곧 구역의 현황을 조사하고, 주민 117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또 두 번의 주민설명회와 주민워크숍도 열었다. ‘개발, 그 속내를 드러내’라는 주제로 진행된 1차 워크숍에서는 주민들이 모여서 재개발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고, 지난 11월에 열린 4차 워크숍에서는 ‘우리 마을에 맞는 개발 방식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전문가의 강연을 들었다.

올해엔 주민들이 스스로의 모임을 만들고 개발계획의 마스터플랜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지역사업국장은 “원주민이 쫓겨나는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이 중심이 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나아가도록 구청과 시를 설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적의 공동체’ 부산 물만골


■ 주민이 주도하는 개발 부산 연제구 연산2동 물만골은 대규모 재개발에 함께 맞섰던 주민들이 개발의 주체로 나선 곳이다. 이곳 1500여 주민 대부분은 무허가 철거민들로서, 아파트 중심의 개발에 맞서 1999년 공동체를 구성했다. 이들은 안정적인 주거를 위해 한 푼 두 푼 모아 공동으로 땅을 사들이고 있다. 이렇게 사들인 땅은 개인의 지분만 인정하는 공동소유로 등기돼 있다. 물만골 공동체는 올해 주민 뜻에 따른 지구계획을 만들어 마을 발전 사업을 본격화하고, 경제적 자립기반을 만들고자 협동조합을 결성할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가 최근 이 지역 8만여㎡를 자연녹지에서 자연취락지구로 변경하려 하고 있다. 자연취락지구로 바뀌면 땅값이 올라 토지매입이 어려워지고 주민 발의 지구계획도 불가능하게 된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매입한 땅은 1만6천여평, 앞으로 3만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 갈 길이 멀다. 김이수 공동체 운영위원장은 “부산시의 개발정책 대부분이 주민의사와 무관하게 물량 위주로 추진되고 있다”며 “물만골에서는 주민들의 뜻을 시에 분명히 전달해 용도 변경을 막겠다”고 말했다.

‘관 주도 무지개 프로젝트’ 대전시

■ 일찍 눈 뜬 대전시 대전 무지개 프로젝트는 지방정부가 주도한다는 특징이 있다. 대전시는 2006년 판암동을 시범사업 지구로 정하면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는 사업비 235억7천만원을 확보하고 태스크포스 14개를 꾸렸다. 그리고 지역주민과 단체를 대상으로 무지개 프로젝트를 알리는 설명회를 아홉차례 열고 여론조사를 벌여 주민들의 뜻을 모았다.

먼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먼저 낡은 집을 고치고 자투리 땅에 공원을 만들고 골목길 벽들을 밝게 색칠했다.

또 지역 실정에 맞춰 △알코올 상담센터 △장애인 주간보호 센터 △청소년 방과후 교실 △청소년 생활영어 교실 △복지관 공부방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노인 무료급식, 독거노인 도우미파견, 새터민 정착지원, 여성취업교육 등을 확대했다. 환경이 바뀌자 가난으로 속앓이하던 저소득층 주민들이 서로 문제를 이야기하고 스스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제안도 잇따랐다. 대전시는 이런 호응에 힘입어 2단계로 월평2동과 법동, 3단계 문창·부사동 사업까지 확대했다.

김기태 송인걸 신동명 기자 kk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