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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소개된장수마을

[광주드림] '대안재개발' 꿈꾸는 서울 성북구 삼선4구역

2009년 12월 7일 광주드림 기사입니다.
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uid=412831&news_type=208&page=1&paper_day=0&code_M=2&list_type=208


[녹색삶터를찾아] <7>‘대안재개발’ 꿈꾸는 서울 성북구 삼선4구역
‘쫓겨나지 않는’ 재개발 원주민들이 직접 그린다
조선 su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9-12-07
▲ 지형을 살리며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집들이 들어서 있는 서울 성북구 삼선4구역 전경.

 노후화된 주거를 개선하는 것은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지금처럼 공공이 진행하는 개발이나 주민들이 조합을 꾸려 진행하는 재개발의 방식이 천편일률적으로 ‘아파트’ 라는 고밀도 개발일 때는 특히 더 그렇다. 모든 것을 싹 밀어버리고 진행하는 고밀도 아파트 개발은 경관, 교통, 지형, 녹지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경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원주민들의 거주권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공공이 진행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조차 원주민 재정착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원주민들의 거주권을 보장하면서도 마을의 역사, 문화, 경관을 보존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그런 가능성을 본다.

 현재의 재개발 방식에 딴지를 걸며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마을의 미래를 그리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주민·활동가·전문가 함께 고민

 삼선4구역은 2004년 재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마을 뒤로 서울 성곽 등 문화재를 끼고 있고, 북동향의 급경사 구릉지라는 지형적 여건으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토지의 64%가 국공유지이고, 마을 건물의 대부분은 40~50년이 지난 노후도 심한 무허가 주택. 이런 복잡한 사정으로 삼선4구역은 주거환경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수익성이 없어, 또 주민의 경제적 여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주거환경이 열악해 정비사업이 우선적으로 필요함에도 수익성을 이유로 방치되고 있다면 주택재개발사업의 모순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곳 아닌가. 그간 재개발사업의 문제점과 해결방향에 대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돼 왔지만 구체적으로 대안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한 사례는 없었다. 주택재개발사업의 원래 목적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이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녹색연합 녹색사회연구소 박학룡 객원연구원(진보신당 민원사업실장)의 설명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녹색사회연구소, 성북주거복지센터, 주거권운동네트, 한국도시연구소, 한국해비타트, 고려대 건축공학과가 기획팀으로 연대해 지난해부터 ‘노후불량주거지역 주택재개발사업 대안계획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녹색사회연구소의 구단위 주민참여사례발굴 지원을 받았다.

 대부분의 재개발은 추진과정에서 일부 조합원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건설사와의 유착 비리가 생기고 대다수 주민들, 세입자들은 정보에서 소외돼 있다. 때문에 비대위, 추진위 간 법적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행정기관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주거환경개선’이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마을 경관보존하는 정비방식 서울시에 제안

 무엇보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논의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재개발사업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삼선4구역에선 지난해부터 그런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엔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설명회와 워크숍으로 여러 차례 소통했다. ‘개발, 그 속내를 드러내’ ‘나의 집, 우리 동네 이런 것이 불편해’ ‘추억 지도 만들기’ ‘살만한 동네 만들기 작전 짜기’ ‘우리 마을에 맞는 재개발 방식’ 등에 대한 주제로 워크숍이 진행됐다.

 여러 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의 속이야기를 공유했고, 그들이 바라는 주거환경 개선방향도 제시했다. “재개발 되더라도 떠나지 말고 모두 계속 살았으면 좋겠어”라는 것이 대다수 주민들의 의견이었고 공공이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집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거주 보다는 개발 이익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 특히 서울이라는 곳에서 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공이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켜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올해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대안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2월 주민협의회를 구성해 수시로 합동회의를 진행했고, 정비방식 선정을 위한 공동주택방식,합필을 통한 주택신축방식, 경관협정에 의한 개보수방식 등을 비교검토했다. 기획팀은 각 영역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각 정비방식별 조감도와 비용 등을 구체적으로 산출했다.

 그런데 주택재개발이나 공동주택건설은 대다수 주민들이 부담하기 힘든 비용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현재 기획팀과 주민들은 ‘경관협정’과 주민들의 여건에 따라 주택을 개보수하거나 신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자료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경관협정은 2007년부터 시행된 경관법에 따라 토지 소유자와 행정기관이 건축물 및 공작물 등 외부공간에 관한 사항, 토지의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사항, 역사·문화경관의 관리 및 조성에 관한 내용들과 관련해 협정을 맺고 관은 경관협정에 필요한 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주민들의 의견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자료가 만들어지면 서울시에 이 부분을 제안할 예정이다.

 박학룡 연구원은 “대안개발계획의 실현가능성을 이야기하기는 이르지만 이런 시도에 대해선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과 요구가 구체화된 것도 의미 있는 부분이다”며 “안이 다듬어지는 대로 서울시에 시범사업으로 제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내쫓는 재개발이 아닌 함께 사는 대안개발을 향한 삼선동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선 기자 sun@gjdream.com <사진 박학룡 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