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마을만들기 선진 사례 견학을 위해 대구 삼덕동에 다녀왔어요. 담장허물기로 시작하여 벽화그리기, 사회적기업으로까지 나아간 대구 삼덕동에 대해 소개합니다.
삼덕동의 담장허물기는 1998년 대구YMCA의 김경민씨가 이 마을로 이사와 시작한 일입니다. 마당을 동네 주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집주인을 설득하여 1998년 담장을 허물고 골목정원을 만들고 허전한 마당 옆 담장에 <해님달님>이라는 이름의 첫번째 골목벽화를 그렸습니다. 꾸러기 환경그림대회를 개최하고 골목 정원을 이용하여 전시도 하고 시상도 하였는데, 이후 매년 그림대회를 개최하여 동네 아이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담장허물기와 벽화그리기는 이 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 많은 지역의 골목을 바꿔놓았습니다.
담장허물기 1호. 지금은 마을만들기 센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벽화는 단순하게 페인트로 그림만 그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타일, 병뚜겅 등 생활속의 친숙한 재료를 이용하여 편안하고도 격조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골목길 담장허물기와 벽화는 삼덕초등학교와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 등 주변 학교와 관공서로도 전파되었습니다.
삼덕초등학교 벽화공원
벽화가 그려진 주민센터
주민센터 앞의 자전거 거치대
마을 만들기는 골목에서 마을 단위로 확대되어 마을 미술관(빗살미술관)과 마을 국악원(마고재)이 세워져 문화센터로의 역할을 했습니다.
마을 어린이를 위한 흙장난 놀이터가 꼭 필요하였기 때문에 삼덕동에 있는 오래된 일본식 건물인 구 삼덕 초등학교 교장관사를 임대하여 마을 미술관으로 꾸며 2001년 개관했습니다.
빗살 미술관 바로 옆에 ‘삼덕 보리밥집’이라는 한옥 한 채가 있었는데, 경매로 넘어갔고 원룸을 지을 사람이 매입한다는 소문이 돌자 원룸주택 건설 반대 운동을 해온 김경민씨가 빚을 내어 집과 땅을 매입하였습니다. 매입 후 보수를 해서 마을 국악원으로 새롭게 단장을 했고 ‘마고재’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을 국악원 마당 한편에 온돌이 깔린 흙집을 지어 마을 사랑방으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자연의 소리를 담은 생활도구 스피커를 만들어 마당 곳곳에 설치하여 아이들이 물소리, 비소리,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체험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마을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서, 주민들의 쉼터로서, 마을 문화 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 등 문화행사 공간인 마고재
빗살미술관
삼덕동의 마을만들기는 마을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을 위한 사회적기업으로 희망자전거제작소와 대구 에스파스를 설립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희망자전거제작소는 자전거 제작과 판매, 예술자전거, 이벤트 자전거 임대 등 수익사업은 물론, 저소득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물료로 자전거를 수리하거나 대여해주는 사업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친환경 신천가꾸기 사업을 하는 에스파스는 대구 금호강과 신천의 합류지점 주변의 하천 둔치에 친환경적인 생태 공간을 조성하고, 조성된 공간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다양한 생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07년에서 2009년까지 총 3년간 사회적일자리 사업의 인건비 지원을 받으며 대구시가 부지를,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사업비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에는 참여자들로 하여금 생태 공간 조성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하여,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 될 생태공간조성, 관리, 교육 등의 사업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많은 대구 시민들은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자전거를 빌려 신천 에스파스가 조성하고 관리하는 생태체험장을 둘러보고 있답니다.
희망자전거제작소 앞
신천 에스파스가 가꾸고 있는 생태체험장
희망자전거제작소의 자전거를 빌려타고 신천 생태체험장에 산책나온 대구 시민들..
어린이집들이 가꾸고 있는 주말농장
38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조성한 자연복원형 물길과 습지
이외에도 2006년부터는 ‘삼덕동 인형마임축제 머머리섬’라는 이름으로 마을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현재 4회까지 개최되었습니다. 인형극, 마임, 인형전시, 어린이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합니다. 이제는 매해 5,000명 정도가 참가하는 지역축제로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삼덕동 마을도 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전문가, 공무원들을 찾아 다니면서 마을만들기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는 등 마을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2만5000세대로 집계되고 비공시적으로 4만 세대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재개발 추진은 잠잠해졌습니다. 이후 주민들은 국토해양부의 살고 싶은 마을만들기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구 삼덕동은 지역 여건과 역량 면에서 지금의 장수마을(삼선4구역)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삼덕동에서 시도했던 여러가지 사업의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은 장수마을의 마을만들기와 주거환경개선에 많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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